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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5.
벙커에서

Description

​<Doohee kim, 벙커에서,  Cyanotype of pendrawing, 80x117cm,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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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에서 (Sound track)S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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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벙커에서 >

작품설명

“너희 중에서, 만약 좀비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나랑 같이 원정대에 합류할 사람 있어?”

 

히더지의 비장함이 무색하게, 채팅창은 ‘ㅋㅋㅋㅋㅋ’로 도배되었다. 물론이죠! 라며 낄낄거리더니, 1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정말로 여기에 모였다.

 

학창시절, 가벼운 지갑 사정에 고기를 더 추가하는 대신 공짜로 나오는 곁들이 콩나물무침을 몇 번이고 시켜 불판에 구워 먹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사장님, 여기 콩나물 좀 더 주세요!’ 하고는 반드시, ‘소주도 한 병 더 주세요’라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는 점. 그것이 히더지가 친구들을 따라 한번 밖에 와본 적 없는 이곳을 벙커로 지정한 이유였다. 지난날 사장님의 인심에 보답할 줄 아는 의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천이야말로 위기 상황 시 가장 안전할 것이라는 황당한 논리였다.

 

[제 기억으로는, 여기가 항구와 가까워서 배를 타고 도망치기 수월하다는 이유였던 것 같은데...]

 

이제와서 누구의 기억이 맞고 틀린지 확인할 방법도 없거니와 이미 여기까지 온 마당에 왜 하필 이곳이어야만 했는지 이유를 아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통점이라고는 10년 전 히더지 방송을 보던 시청자라는 것뿐인 이들이 나머지 대원들을 기다리는 동안 어색한 시간을 떼우기에 가장 적절한 대화 주제라는 것 만큼은 확실했다.

 

겨우겨우 찾아낸 공통의 대화가 끊길 새라 다급해진 히치미치가 얼른 다른 기억으로 다음 말을 이으려던 그때, 수상한 헛기침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문 밖으로 쏠렸다.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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