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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2.
네 돈 내 돈
Description
<Doohee kim, 네 돈 내 돈, Cyanotype of pendrawing, 112x162cm, 2023 >

#네 돈 내 돈 (Sound track)SAZA
00:00 / 03:35



< 네 돈 내 돈 >
작품설명
바나나 좀비로 완전하게 변이를 끝마친 곰대리가 드디어 눈을 떴다. 방금 막 뜬 눈을 한참 동안 의미 없이 비비적거리다가, 네 번째 주 토요일 아침마다 그랬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어냈다. 마치 본능처럼, 인간이었을 때의 습관을 반복하듯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술에 절여진 썩은 바나나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습관이 몸을 이끄는 곳으로 발을 옮기자 도착한 곳은 사무실이었다.
숙취에 절은 동료들이 쓰린 배를 움켜쥐고 아픈 머리를 흔들어가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다들 어찌나 한숨을 쉬어댔는지 소화된 매운탕과 알코올의 분자들로 사무실이 가득 찼다. 그래서 곰대리가 도착 했을때에 그 누구도 썩은 바나나의 수상한 냄새를 알아채지 못했다.
[지는 오지도 않을거면서! 휴...]
[토요일에 출근 시킬거면 회식이라도 하지 말던가! 휴...]
그저 기어코 회식 자리를 만들어 팀워크를 강조하던 사장의 빈자리를 간간이 노려보면서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려 애쓸 뿐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선 곰대리는 습관대로, 늦어서 죄송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 습관대로, 모두의 멱살을 잡고 내다 꽂아 사무실을 초토화 시키는 상상의 그림을 떠올렸다.
늘 그랬듯이, 어제처럼 오늘도 인간이었다면 욕망을 삼켰겠지만 이성이 사라진 곰대리는 습관이 몸을 이끄는 대로, 증오와 분노가 원하는 대로, 사무실의 모두를 응징하고야 만다.
[끄으윽... 토요일에.. 출근하면... 이렇게 되는거야...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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