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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11.
두더지의 항해

Description

​<Doohee kim, 두더지의 항해,  Cyanotype of pendrawing, 117x80cm,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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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항해 (Sound track)S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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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더지의 항해>

작품설명

 

바나나빵이 구워지는 따뜻한 오븐의 향기가 차가운 파도에 실려 날아온다. 그 달콤함 위에 바다의 신선한 소금향까지 얹어지니 두더지들은 황홀감에 젖어 더욱 바쁘게 코를 벌름거렸다.

작은 코를 나침반 삼아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면서, 냄새의 힘이 가장 짙게 느껴지는 곳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불안정한 파도가 오크통을 이리저리 두드리며 흥겨운 북소리를 만들어냈고, 두더지들은 그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바람이 거세질수록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더욱 신나게 발을 구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멀미에 진이 홀딱 빠진 쥐는 두더지들의 흥겨운 노래와 춤을 지켜보며 혼란에 빠졌다. 마치 땅속을 헤짚듯 파도 위를 헤치며 뛰어다니는 두더지들의 항해가 험난함보다는 오히려 축제에 가깝게 보였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가야할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도 알수 없을 뿐더러 혹여 그곳에 도착한다 해도 소문처럼 바나나빵이 쌓여있을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이런 불확실함들이 만들어낸 두려움의 파도는 쥐를 이리저리 거세게 흔들었고 과연 가장 좋아하는 것을 실컷 누릴수 있는것이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일 이었는지를 되뇌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두더지들에게 바나나빵은 그저 목적지에 도달하는 동기였을 뿐, 그들은 여정 자체에서 이미 보상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바나나빵을 입에 가득 넣고 삼킬때보다, 그 냄새를 마음껏 맡으면서 기대하는 항해의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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