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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4.
벙커로
Description
<Doohee kim, 벙커로, Cyanotype of pendrawing, 117x80cm, 2023 >

#벙커로 (Sound track)SAZA
00:00 / 02:39



< 벙커로 >
작품설명
시끄럽던 도시의 빈자리가 사방에서 뻗어나온 바나나 줄기들로 가득 찼다. 그 길다랗고 빼곡한 길을 따라 걷다보니 문득 그녀가 말했던 콩나물무침이 떠올랐다.
새빨간 콩나물무침. 고작 그 가벼운 맛을 찾으러 인천까지 갈 일인가 싶었지만, 그곳의 콩나물무침은 친구, 친구의 친구, 또 그 친구의 친구들의 학창 시절 추억을 몽땅 다 합친 수천 년 어치만큼 무거운 맛이 난다고 했다. 추억이 축적된 맛이라니. 그게 어떤 의미인지 당시에는 이해할수 없었지만 더이상 아무도 앞날을 기대하지 않고 오늘만을 겨우 살아내는 지금이 되고나니 비로소 그녀가 말했던 그 소중한 무게를 가늠해볼수 있을것만 같다. 미래가 사라질수록, 추억은 무거워져야하는게 맞다.
9천66명의 우리들. 모두가 각자의 무게대로, 공통된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녀가 방송을 했던 3763시간 만큼의 일상 일수도, 누군가에게는 단 10초짜리 찰나 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 그 기억은 누군가들의 머무름을 몽땅 다 합친 수만 년 어치만큼 무거운 추억이었으리라.
그 무거운 맛의 냄새가 이 문 너머로부터 새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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